연차 계산이 어려워서 다투는 게 아닙니다. 사실 공식은 곱셈 몇 번이면 끝납니다. 진짜 이유는 연차를 세는 방식이 두 가지라는 데 있습니다. 법이 정한 방식과 회사가 실제로 쓰는 방식이 다릅니다. 평소에는 문제가 안 되다가, 직원이 그만두는 날 두 방식으로 각각 계산해 비교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숫자가 어긋나면서 분쟁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 글은 발생 순서를 따라가지 않고 두 방식을 나란히 놓고 갑니다.
우리 회사에 연차가 있기는 한지부터
두 가지를 다 채워야 연차가 생깁니다.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이어야 하고, 그 직원의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나만 빠져도 연차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주 걸리는 게 인원 계산입니다. 상시근로자를 셀 때 고용 형태는 따지지 않습니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단시간이든 일용이든 근로자면 전부 들어가고, 빠지는 건 도급·위임 관계인 프리랜서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규직이 셋뿐이니 5인 미만"이라고 알고 계시다가,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세어 보고 그제야 다섯이 넘는다는 걸 아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 연차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미사용 연차수당 지급 의무도 없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연차를 주기로 적어 두었다면 그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법이 요구하지 않는 것과 회사가 스스로 한 약속이 없어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이쪽이 더 자주 문제가 됩니다. 채용 공고에 "연차 있음"이라고 써서 사람을 뽑아 놓고 나중에 5인 미만이라 못 준다고 하는 경우인데, 공고와 계약서에 남아 있으면 약정으로 봅니다.
법은 입사일마다 따로 셉니다
근로기준법의 원칙입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1년씩 끊어서 셉니다. 3월에 들어온 사람은 3월이 기준이고, 9월에 들어온 사람은 9월이 기준입니다.
입사 첫해에는 한 달을 개근할 때마다 1일씩 붙습니다. 이렇게 해서 1년이 되기 전까지 최대 11일까지 쌓입니다.
1년을 넘기면 계산 방식이 바뀝니다. 그해 출근율이 80% 이상이면 15일이 한 번에 발생합니다. 80%에 못 미쳐도 개근한 달마다 1일씩은 나오니까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실무가 가장 많이 놓치는 게 있습니다. 15일이 정확히 언제 생기느냐입니다.
1년을 채운 다음 날, 즉 366일째까지 근로관계가 이어져야 15일이 발생합니다.
365일째에 퇴직하면 연 단위 연차는 생기지 않습니다. 하루 차이로 15일이 전부 없어집니다. 퇴사일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면 저는 이 날짜부터 확인합니다.
3년째부터는 가산연차가 붙습니다.
| 연차일수 | 15일 + (근속연수 − 1) ÷ 2 | |
| 소수점 이하 버림 · 상한 25일 | ||
| 근속연수 | 연차일수 |
|---|---|
| 1년 미만 | 최대 11일 |
| 1년 이상 3년 미만 | 15일 |
| 3년 이상 5년 미만 | 16일 |
| 5년 이상 7년 미만 | 17일 |
| 9년 이상 11년 미만 | 19일 |
| 21년 이상 | 25일 |
2년마다 하루씩 늘어난다고 외우시면 편합니다.
회사는 보통 1월 1일에 몰아서 줍니다
법대로 하면 직원이 서른 명일 때 챙겨야 할 발생일도 서른 개입니다. 3월에 열 명, 7월에 다섯 명, 이런 식으로 흩어져 있으면 관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해 두면 1월 1일 같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전 직원에게 한꺼번에 부여하는 방식도 허용됩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회사 편의를 위한 예외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법대로 계산한 것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줘야 할 일수는 두 방식 중 많은 쪽입니다.
평소에는 이 조건이 잘 안 보입니다. 회사가 넉넉하게 주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요. 정작 문제는 계산을 멈추는 날 드러납니다.
퇴사하는 날, 두 방식을 맞춰 봅니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운영해 온 회사가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입니다. 퇴사자가 나오면 그 사람에 대해서만은 입사일 기준으로 다시 세어 보고 둘을 비교해야 합니다.
- 입사일 기준이 더 많을 때 — 부족분을 연차수당으로 정산 지급합니다
- 회계연도 기준이 더 많을 때 — 취업규칙에 정산 규정이 있으면 입사일 기준으로 맞추고, 규정이 없으면 회계연도 기준(많은 쪽)으로 갑니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운영했더라도, 퇴직 시점에는 입사일 기준으로 재계산해 비교해야 합니다.
두 번째 줄을 놓치기 쉽습니다. 회사가 이미 더 많이 줘 버렸는데 취업규칙에 정산 조항이 없으면, 그 초과분을 돌려받을 근거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자주 봅니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10년 넘게 아무 탈 없이 운영해 온 회사인데, 정작 취업규칙을 열어 보면 퇴직 정산에 관한 조항이 없습니다. 그러다 장기근속자가 그만두면서 입사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자고 하면, 그제야 며칠이 비는지 세어 봅니다. 근속이 길수록 두 방식의 차이도 벌어지니 금액이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계연도 기준을 쓰신다면 취업규칙에 "퇴직 시 입사일 기준으로 정산한다"는 문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그 한 줄이 지급액을 바꿉니다.
며칠인지 정해졌으면 얼마인지 계산합니다
| 연차수당 | (통상임금 ÷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 1일 유급 근로시간 × 미사용 연차일수 |
주 40시간 사업장이면 기준시간은 209시간,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입니다. 209가 어디서 나왔냐면, 일하는 40시간에 주휴 8시간을 더한 48시간을 7로 나눠 하루치를 구하고 여기에 365 ÷ 12를 곱한 값입니다. 한 달에 급여가 나가는 시간이 평균 209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유급으로 처리하는 시간이 따로 있으면 이 숫자가 달라집니다.
- 주 40시간, 유급처리 없음 — 209시간
- 주 4시간 유급 처리 — 226시간
- 주 8시간 유급 처리 — 243시간
- 주 35시간(1일 7시간) — 183시간
월 통상임금 209만 원에 미사용 연차 5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 단계 | 계산 | 결과 |
|---|---|---|
| 시간당 통상임금 | 2,090,000 ÷ 209 | 10,000원 |
| 1일 통상임금 | 10,000 × 8 | 80,000원 |
| 연차수당 | 80,000 × 5일 | 400,000원 |
지급 의무는 연차휴가 청구권이 소멸한 날의 다음 날에 생깁니다. 계산에 쓰는 통상임금은 그 청구권이 소멸하는 달을 기준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임금이 올랐다면 오른 금액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소급해서 과거 임금으로 다시 계산할 일은 아닙니다.
(임금근로시간정책팀-3295, 2007. 11. 5.)
촉진 절차를 다 밟고도 수당을 물어준 회사
근로기준법 제61조의 사용촉진 절차를 지키면 미사용 연차 보상 의무가 면제됩니다. 절차는 두 단계입니다. 사용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안에 남은 일수를 알려 주고 언제 쓸 건지 서면으로 촉구하고, 그래도 답이 없으면 기간 종료 2개월 전까지 회사가 날짜를 지정해 서면으로 통보합니다. 직원이 일부만 알려 왔다면 나머지도 회사가 지정해야 하고, 빠뜨리면 그만큼은 면제가 안 됩니다.
그럼 서면만 제대로 갖추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용촉진의 효력을 휴가를 안 쓴 게 근로자의 자발적인 선택일 때에만 인정했습니다.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사용자는 여전히 보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79283 판결
이 사건에서 회사는 미사용 21일 중 10일에 대해 날짜 지정 통보를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근로자는 지정된 휴가일에 해외 출장을 다녀오거나 평소처럼 출근해 일했는데, 회사는 아무 말 없이 그 근로를 받았습니다. 사용계획서도 수당을 안 주려고 만든 형식적 문서였습니다. 법원은 연차수당을 줘야 한다고 봤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서류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정한 날 출근한 직원을 실제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저는 이 판결의 핵심이 "자발적인 의사" 에 있다고 봅니다. 서면 촉구는 형식이고 그날 정말 쉬게 했는지가 실질이니까요. 물론 강제로 퇴근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노무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어떻게 남기느냐가 관건인데, 그날 아침 메일 한 통이면 충분합니다.
퇴직 정산 전에 확인할 것
연차를 세는 방식이 둘입니다. 법은 입사일로, 회사는 회계연도로 셉니다. 평소에는 각자 돌아가도 되지만 퇴직하는 날에는 두 방식으로 계산해 비교하고 많은 쪽으로 정산합니다. 아래 다섯 칸이 다 채워지면 연차로 다툴 일은 거의 없습니다.
-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인지 아르바이트까지 넣어 세어 봤다
- 퇴사일이 366일째 이후인지 확인했다 (365일째 퇴직이면 연 단위 15일이 없습니다)
- 퇴직자의 연차를 입사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회계연도 기준과 비교했다
- 취업규칙에 퇴직 시 입사일 기준으로 정산한다는 조항이 있는지 확인했다
- 사용촉진은 서면 촉구에 더해 지정일에 노무 수령을 거부한 기록을 남겼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79283 판결 (연차휴가 사용촉진과 연차휴가수당 지급의무)
참고 행정해석
- 임금근로시간정책팀-3295 (2007. 11. 5.) — 연차수당 지급 시기
- 근로기준과 5802 (2009. 12. 31.) — 회계연도 기준 적용 시 퇴직 정산
참고 법령
법령과 행정해석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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