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화된 시가총액 요건에 따른 상장폐지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는 10월 2일 주연테크(코스피, 2026카합1541)와 케이엠제약(코스닥, 2026카합1532)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가처분을 각각 받아들여,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정리매매를 금지했습니다. 가처분은 최종 판단 전에 결정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추는 절차이고, 본안판결은 상장폐지 결정이 유효한지를 최종적으로 가리는 판결이며, 정리매매는 상장폐지 전에 주주에게 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주는 거래 절차입니다. 주연테크가 함께 구한 관리종목 지정 효력정지는 기각됐습니다. 결정 직후 거래소는 같은 사유로 정리매매 중이던 세진티에스와 에이에프더블류의 매매거래를 중단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보류했습니다.
(출처: 법률신문 2026. 10. 2., 주연테크 기타경영사항(가처분 인용 결정))
케이엠제약 결정문의 초점은 기준을 높인 정책 방향이 아니라 그 절차였습니다. 시가총액 미달은 정해진 수치 요건에 따라 진행되어 회사가 이의를 신청할 수 없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입니다. 기준이 40억원이던 때는 미달 기업이 드물었지만, 거래소 분석(2024년 말 기준)으로도 300억원 기준에 미달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94곳에 이릅니다. 재판부는 이렇게 대상이 크게 늘었는데도 의견진술이나 이의신청 기회를 주지 않으면, 시가총액만 작을 뿐 상장적격성을 갖춘 기업까지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았습니다. 2027년 1월 적용 예정이던 코스닥 200억원 기준을 시행 한 달여 전에 2026년 7월로 앞당긴 것도 「부실기업 적시 퇴출」이라는 추상적 설명 외에 구체적 필요성이 없었다고 판단했고, 가처분 신청 뒤 금융당국이 300억원 기준 적용을 2027년 7월로 다시 미룬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결론은 퇴출로 얻는 공익에 비해 회사와 주주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취지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4조 제1항 제12호와 부칙 제2조 제1항이 비례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 위법·무효라는 것입니다. 코스피 상장사인 주연테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이 적용되는 별도 사건에서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정지를 받았습니다.
| 날짜 | 내용 |
|---|---|
| 2026. 1. 1. | 코스닥 150억원·코스피 200억원 기준 시행(종전 코스닥 40억원) |
| 2026. 5. | 상장규정 개정, 코스닥 200억원 기준을 2027. 1.에서 2026. 7.로 앞당김 |
| 2026. 7. 1. | 코스닥 200억원·코스피 300억원 기준 시행 |
| 7. 21. | 주연테크 관리종목 지정(기준 미달 30거래일 계속) |
| 9. 14. | 케이엠제약 상장폐지 결정 |
| 9. 28. | 주연테크 상장폐지 결정 |
| 10. 2. | 두 회사 가처분 인용, 세진티에스·에이에프더블류 정리매매 중단 |
(출처: 연합뉴스 2026. 10. 4., 한국경제 2026. 10. 4., 주연테크 투자유의안내)
거래소는 민간 주식회사이고 상장규정도 그 회사가 만든 규정인데, 법원이 그 조항을 무효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대법원이 정리해 둔 상장규정의 성격에 있습니다. 상장규정은 자본시장법 제390조가 거래소에 정하도록 맡긴 자치 규정이고, 상장계약에서는 약관의 성질을 가집니다. 다만 모든 상장법인에 당연히 적용되는 규범적 성격이 있고 거래소가 고도의 공익적 성격을 가지므로, 특정 조항이 비례·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면 위법·무효입니다(대법원 2007다1753 판결). 2007년 판결은 회사정리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재무상태나 회생가능성을 심사하지 않고 상장폐지하도록 한 조항을 무효로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6다243405 판결은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절차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 사건에서는 후속 심사와 이의신청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 심사 대상을 고르는 단계에 의견진술 기회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케이엠제약 결정은 상장규정의 효력과 절차참여권에 관한 이 법리를, 처음부터 이의 절차가 없는 시가총액 미달 사유에 적용한 판단입니다.
90거래일을 준다면서 왜 그 전에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되나
관리종목 지정을 해제하려면 지정 후 90거래일 안에 시가총액이 기준 이상인 상태를 연속 45거래일 유지해야 합니다. 기간 안에서 미달한 날이 누적 46일이 되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날은 최대 44일이므로 연속 45일 요건은 채울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계속 미달했다면 지정 후 46번째 거래일에 이 상황이 되고, 중간에 기준을 넘긴 날이 있었다면 시점은 그만큼 늦어집니다. 주연테크가 받은 9월 16일 투자유의안내에는 지정 후 경과일수 40일, 기준 이상 계속충족일수 0일이 적혀 있습니다. 계속충족일수 0일은 그 시점에 연속 충족이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고, 공시는 미달일수가 46일에 이르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안내했습니다.
90거래일 유예라도 누적 미달일이 46일에 이르면, 그 시점에 회복요건은 산술적으로 채울 수 없게 됩니다.
종전 요건은 「90거래일 중 누적 30일과 연속 10일」이어서, 처음부터 미달한 회사도 60일째까지는 남은 30일로 회복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같은 사례에서 회복을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60일에서 45일로 줄어든 셈이고, 재판부는 거래소가 연속 충족요건을 강화한 근거, 즉 회복기간의 타당성을 실증적으로 검토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주식병합이나 감자로 시가총액 미달을 벗어날 수 있나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된 뒤 코스닥 주식병합 공시는 9월 4일 현재 220곳으로 전년 전체 15곳의 약 14.7배이고, 감자 결정 기업도 65곳으로 이미 전년보다 21곳 많습니다. 그러나 주식 수와 1주 가격을 바꾸는 것만으로 회사 전체의 시가총액이 커지지는 않습니다. 병합의 효과를 다음 가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병합 전: 발행주식 1,000만주 × 주가 1,500원 | 시가총액 150억원 |
| 10주를 1주로 병합: 100만주 × 15,000원 | 150억원 (변동 없음) |
| (병합과 별개 사례) 주가와 같은 1,500원에 신주 333만3,334주(약 50억원) 발행, | |
| 상장 후에도 주가 유지: 1,333만3,334주 × 1,500원 | 약 200억원 |
위 계산은 병합 비율만큼 1주 가격이 조정되고, 증자 사례에서는 발행가격이 시장가격과 같으며 신주 상장 뒤에도 그 주가가 유지된다는 가정입니다. 실제 주가는 병합 뒤 달라질 수 있지만, 주식 수를 줄이는 병합 자체가 회사의 순자산이나 이론상 시가총액을 늘리지는 않습니다. 결손 보전을 위한 무상감자도 자본금과 결손금을 함께 줄일 뿐 자본총계를 늘리지 않으며, 주식 수와 1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감자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병합으로 1주 가격이 1,000원을 넘더라도 동전주 관리종목 해제에 필요한 유지기간까지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상증자는 회사에 새 자금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시가총액은 증자 후 주식 수와 시장가격으로 결정됩니다. 발행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낮거나 증자 발표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시가총액은 납입액만큼 늘지 않고, 신주가 상장되는 시점에 따라 연속 충족일수의 계산도 달라집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서도 7월부터 9월 4일까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 60곳 가운데 시가총액 미달이 38곳, 동전주 사유가 30곳(두 사유 모두 8곳)이었고, 사후 대응에 나선 27곳 중 유상증자가 13곳, 주식병합이 10곳이었습니다. 액면병합으로 단위 주가를 올린 뒤 주가가 다시 내려간 기업도 다수였습니다.
(출처: 조선비즈 2026. 10. 5.)
(무상감자로 자본금과 결손금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KDB생명 매각과 무상감자 글에서 다뤘습니다.)
상장폐지가 멈추면 주식을 팔 수 있나
가처분 인용은 상장폐지 결정을 멈춘 것이지 거래를 재개시킨 것이 아닙니다. 10월 4일 기준으로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의 거래정지는 이어지고 있고, 거래소가 가처분에 이의를 신청하면 그에 대한 법원 결정이나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거래정지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본안소송이 항소·상고로 이어지면 분쟁이 1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정리매매 도중 멈춘 세진티에스는 2일 장중 16% 넘게 오르다 오후 2시 6분에 거래가 막혔고, 기존 주주와 정리매매 기간에 새로 산 투자자 모두 자금이 묶였습니다. 가처분 인용만으로 거래 재개일이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매매 가능 여부와 재개일은 종목별 거래소 공지로 확인해야 합니다.
(출처: 한국경제 2026. 10. 4.)
물론 반대편의 우려도 가볍지 않습니다. 거래소는 재판 과정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면 자본시장 개혁이 지연되고 유사 신청이 잇따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그 사정을 감안해도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결정의 영향은 두 회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골드앤에스와 핀텔도 같은 가처분을 신청해 결정을 기다리고 있고, 10월 4일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는 72곳,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44곳입니다. 시장에서도 부실기업 퇴출이 늦어진다는 평가와, 수급 때문에 시가총액이 줄어든 기업의 과도한 퇴출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가 함께 나옵니다.
이번 결정만으로 시가총액 기준이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케이엠제약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서 회사가 사정을 설명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지, 회복요건과 시행일 변경에 타당한 근거가 있었는지입니다. 이 판단 이유에 비추어 의견진술 절차와 회복요건을 보완하는 방향은 예상할 수 있지만, 거래소의 실제 대응과 2027년 7월로 예정된 코스닥 300억원 기준의 적용 여부는 이후 공지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시가총액과 장부상 순자산도 구별해야 합니다. 주연테크의 2025년 말 연결 자본총계는 375억원이지만, 이 금액이 이후 적용된 시가총액 300억원 요건의 충족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두 금액은 측정 시점과 대상이 다르고, 같은 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있었던 만큼 자본총계가 양수라는 사실만으로 수익성이나 재무건전성이 입증되지도 않습니다. 기준선에 가까운 상장사라면 병합으로는 시가총액 요건을 풀 수 없다는 전제에서 증자 금액뿐 아니라 신주 상장 시점과 시가총액을 연속해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함께 검토하시고, 주주라면 가처분 결과와 거래 재개 여부를 나누어 종목별 거래소 공지와 규정 개정 내용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출처: 주연테크 사업보고서 2025. 12.)
(자진 상장폐지가 공개매수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공개매수와 자진상장폐지 글에서 다뤘습니다.)
(투자 책임 및 이해관계 고지) 본 포스팅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및 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작성 당시 본인은 해당 종목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투자에 따른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분석의 성격과 한계) 본 글은 공개된 보도와 공시자료, 법령을 바탕으로 제도와 회계·세무 구조를 설명한 것입니다. 작성자의 주관적 판단이 포함될 수 있으며, 특정 시점의 자료를 기준으로 하므로 실제 현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 기사
- [법률신문 2026. 10. 2. [단독] "거래소 시총 미달 상폐 규정은 위법·무효"](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244)
- 연합뉴스 2026. 10. 4. 시총 기준 상폐요건 강화에 법원 제동…"비례 원칙에 어긋나"
- 한국경제 2026. 10. 4. 제동 걸린 코스닥 '기업 솎아내기'…퇴출 피했지만 탈출도 막혔다
- 조선비즈 2026. 10. 5. 퇴출 규정 강화 여파… "코스닥 기업, 주식병합·감자 등 자본조정 급증"
참고 공시
- 주연테크 기타경영사항(상장폐지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 (2026. 10. 2.)
- 주연테크 기타경영사항(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2026. 9. 29.)
- 주연테크 투자유의안내(시가총액요건 미달로 인한 상장폐지 우려 예고) (2026. 9. 16.)
- 주연테크 사업보고서 2025. 12. (2026. 3. 19.)
참고 법령·판례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점의 조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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