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의 실무노트

연차수당, 퇴직금, 4대보험부터 M&A와 기업금융까지: 판례와 법령 근거로 정리합니다.

급여·노무/퇴직금·퇴직연금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의 효력: 무효, 부당이득 반환, 상계는 절반까지

All day Biz 2026. 9. 7. 11:35

계약서에 "월 급여 300만원(퇴직금 포함)"이라고 적고 급여명세서에 퇴직금 항목을 따로 만들어 둔 사업장이 지금도 드물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명시하고 항목까지 만들어 뒀으니 정산이 끝났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이 방식의 효력은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리됐습니다. 무효라는 결론만 알려진 편인데, 실무에서 정작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이미 지급한 금액은 어떻게 되는가.


2010년, 대법원이 이 방식의 효력을 정리했습니다

퇴직금청구권은 퇴직이라는 사실이 있어야 생깁니다. 그럼 아직 생기지도 않은 권리를 미리 정산할 수 있을까요? 전원합의체의 답은 이렇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한 문장이 길지만 내용은 단순합니다. 매달 나눠 받기로 합의하는 순간 근로자는 퇴직 시점에 청구할 권리를 미리 포기하는 것이 되고, 강행법규가 그 포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매달 지급한 금액이 퇴직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퇴직할 때 퇴직금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얘기고요.

핵심은 '사전 포기'입니다. 저는 이 판시에서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당사자가 합의했는지는 요건에 포함되지 않거든요. 서명을 받아 뒀든 급여명세서에 항목을 만들어 뒀든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 여부가 아니라, 없는 권리를 미리 포기시켰다는 점에서 무효입니다.

그럼 중간정산은 왜 될까요. 판시가 예외로 남겨 둔 게 중간정산입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이 요건을 두 개 정해 두었는데요.

  • 대통령령이 정한 사유가 있을 것: 주택구입 등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 근로자가 요구할 것: 회사가 먼저 설계해서 지급하는 방식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산한 뒤의 계속근로기간은 정산 시점부터 새로 계산합니다. 매달 자동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두 요건을 다 못 채웁니다. 사유가 없고, 근로자가 요구한 적도 없으니까요. 물론 계약서에 근로자가 동의했다고 적힌 경우가 있지만, 그건 요구가 아니라 회사가 짜 둔 조건에 대한 승낙입니다.

구분 중간정산 분할지급 약정
사유 법정 사유 필요 없음
개시 근로자의 요구 회사의 설계
효력 유효 무효

당연히 둘은 다릅니다. 하나는 법이 정한 사유가 생겨 근로자가 요구한 정산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가 처음부터 설계한 지급 방식입니다.

그럼 이미 지급한 금액은 무엇일까요. 퇴직금이 아니라면 임금일까요. 사실 이 물음이 판결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임금이면 근로자가 정당하게 받은 금액이라 돌려줄 이유가 없고, 임금이 아니면 회사가 반환을 구할 길이 열리니까요. 다수의견은 임금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퇴직금도 아니고 임금도 아니므로, 그 금액은 부당이득이 됩니다.

여기엔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김영란·김능환 대법관은 무효가 되는 건 "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명목뿐이고 매월 일정액을 지급한다는 약정 자체는 유효하므로 그 금액은 임금의 일종이며 따라서 부당이득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봤습니다. 다수의견을 따르면 사업주에게 반환채권이 생기고 반대의견을 따르면 안 생기는데, 실무는 다수의견 기준으로 운영됩니다.

상계로 막을 수 있는 건 절반까지입니다. 반환채권이 있으면 퇴직금과 상계하면 되지 않을까요? 여기서 한 번 더 제한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근거를 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가 퇴직금 등 급여채권의 2분의 1을 압류금지채권으로 정하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거든요. 퇴직 직후의 생계를 지키려는 압류 금지의 취지가 상계 국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1,000만원을 지급했어도 500만원을 더 지급하게 됩니다. 정당한 퇴직금이 1,000만원이고 재직 중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누계도 1,000만원인 경우를 놓고 보겠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을 이미 줬으니 정산이 끝났다고 보기 쉬운 상황이죠.

퇴직 시 지급할 퇴직금 : 10,000,000원
회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 : 10,000,000원
상계 허용 범위 (퇴직금의 1/2 초과분) : 5,000,000원
→ 추가로 지급할 금액 : 5,000,000원
→ 남는 반환채권, 별도 청구 : 5,000,000원

상계하면 0원이 되리라 보기 쉽지만 실제로는 500만원을 더 지급하게 됩니다. 남은 500만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상계로는 정리가 안 되니 별도 청구 절차를 밟아야 하고요. 저는 퇴직한 근로자를 상대로 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실제 회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할 일

그럼 지금 무엇부터 할까요. 저는 이 두 곳부터 봅니다.

  • 근로계약서의 "퇴직금 포함" 문언: 있으면 해당 금액을 기본급이나 수당으로 재편합니다
  • 급여대장의 퇴직금 명목 항목: 항목을 없애고 퇴직금은 퇴직 시 별도 산정으로 돌립니다

다만 임금 구조를 바꾸면서 총액을 줄이면 불이익 변경 문제가 따라오니, 총액은 유지한 채 항목만 조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 부담은 시간에 비례해 커집니다. 월 급여 300만원에 퇴직금 명목으로 월 25만원을 지급해 온 사업장을 운영 기간별로 놓아 보겠습니다.

운영 기간 퇴직금 명목 누계 퇴직 시 산정할 퇴직금 상계 가능액 (1/2) 추가로 지급할 금액
1년 300만원 300만원 150만원 150만원
3년 900만원 900만원 450만원 450만원
5년 1,500만원 1,500만원 750만원 750만원

평균임금 변동과 연차수당 가산은 제외한 계산입니다. 실제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산정하므로 이보다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5년차 사업장은 750만원을, 1년차 사업장은 15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게 됩니다. 이미 지급한 금액이 그대로 쌓이는 구조라 발견이 늦을수록 규모가 커집니다.


정리하면,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은 중간정산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무효이고, 지급한 금액은 퇴직금으로도 임금으로도 인정되지 않아 부당이득이 됩니다. 사업주는 반환채권을 갖지만 상계는 퇴직금채권의 2분의 1 초과분에서만 되니, 결국 절반은 다시 지급하게 되고요. 계약서 문언과 급여대장 항목, 이 둘만 오늘 확인해 보셔도 노출 규모가 보입니다.


함께 읽기


참고 판례

참고 법령

위 판결은 구 근로기준법 제34조를 적용했으며, 현행 퇴직금 규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있습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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