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및 보장은 계약서에서 분량이 가장 긴 부분인데, 정작 실무에서 부딪히는 질문은 몇 개로 좁혀집니다. 알고 있었으면 못 받나, 얼마까지 받나, 언제까지 청구하나, 그리고 받아낼 수는 있나. 자주 받는 순서대로 답해 보겠습니다.
이 조항은 대체 무엇을 하는 건가요
매도인이 대상 회사의 상태를 확인해 주고, 사실과 다르면 배상하기로 하는 조항입니다. 재무제표의 정확성, 소송 계류 여부, 행정법규 위반 사실의 부존재, 조세 납부 상태 같은 항목이 길게 열거됩니다.
이 조항은 기능이 둘로 갈립니다. 하나는 위험 배분입니다. 실사로 전부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을 매도인 쪽에 남겨 두는 장치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보 제공 유도입니다. 사실과 다르면 배상해야 하니 매도인이 스스로 문제를 공개할 유인이 생기거든요. 공개 목록에 적어 두면 그 항목은 진술 위반에서 제외되는 구조가 이걸 뒷받침합니다.
왜 어떤 항목만 상한이 없나요
| 구분 | 예 | 취급 |
|---|---|---|
| 기본적 진술보장 | 회사의 적법한 설립, 주식의 유효성, 매도인의 권한 | 상한·기간 제한에서 제외 |
| 일반 진술보장 | 재무제표, 소송, 인허가, 조세, 환경 | 상한·기간 제한 적용 |
이유는 단순합니다. 거래의 근간에 해당하는 항목은 위반하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 상한이나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서 어떤 항목을 기본적 진술보장으로 분류할지가 협상 초반의 쟁점이 됩니다. 매도인은 목록을 줄이려 하고 매수인은 늘리려 합니다.
실사에서 이미 알았으면 못 받나요
그 경우를 다루는 조항이 따로 있습니다. 샌드배깅이라 부르고, 두 방향으로 갈립니다.
- 샌드배깅: 알았더라도 청구 가능
- 앤티 샌드배깅: 알았다면 청구 불가
어느 쪽으로 적어 두든 그대로 적용되니 조항이 있으면 다툴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아무것도 적어 두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럼 조항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여기에 답한 판결이 있습니다. 매수인이 대상 회사와 함께 담합에 관여하고 있었고, 매도인은 "회사가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행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습니다. 인수 실행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해 과징금이 부과되자 매수인이 진술 위반을 이유로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매수인이 담합을 알고 있었으니 그 청구가 공평의 이념과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아 배척했습니다. 그럼 대법원도 같은 결론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상의 책임을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은 자칫하면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계약서에 매수인이 위반 사실을 알고 있으면 배상책임이 배제된다는 내용이 없었으므로, 당사자의 의사는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배상하기로 한 것으로 읽힌다고 봤습니다. 공정위 조사가 실행일 이후에 시작된 점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물론 이 판시가 매수인의 악의를 언제나 무시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서에 없는 조건을 신의칙이라는 일반원칙으로 끼워 넣는 걸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한 거죠. 저는 이 판결의 실무적 의미가 침묵은 매도인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럼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요
우선 상한입니다. 상한(Cap)은 배상 총액의 한도를 말합니다. 확정 금액으로 적거나 양도대금의 일정 비율로 정합니다. 기본적 진술보장 위반이나 매도인의 고의·사기가 있으면 상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를 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상한과 짝을 이루는 것이 하한이고, 하한은 두 단계입니다. 개별 청구가 일정 금액을 넘어야 인정하는 De Minimis, 그리고 인정된 청구의 합계가 일정 금액을 넘어야 청구할 수 있는 Basket입니다. De Minimis가 없으면 소액 청구가 합산돼 Basket을 채워 버리니 두 단계를 함께 둡니다.
| 방식 | 결과 |
|---|---|
| 초과분만 지급 | 하한을 넘는 금액만 배상 |
| 전액 지급 | 하한을 넘으면 처음부터 전액 배상 |
그럼 하한을 넘었을 때 얼마를 받게 될까요? 숫자를 넣어 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 양도대금 1,000억 원 · 상한(Cap) 10% | 100억 원 | |
| De Minimis 1억 원 · Basket 10억 원 | ||
| 청구 A 0.5억 원 → De Minimis 미달, 처음부터 제외 | ||
| 청구 B 4억 원 + 청구 C 8억 원 | 12억 원 → Basket 10억 원 초과 | |
| 초과분만 지급 방식 → 2억 원 | ||
| 전액 지급 방식 → 12억 원 | ||
다만 계약서에 어느 쪽인지 적어 두지 않으면 해석이 갈립니다. 개별 청구를 어느 단위로 셀지도 문제입니다. 같은 원인에서 나온 여러 손해를 하나로 볼지 항목별로 나눌지에 따라 De Minimis 통과 여부가 달라지거든요. 당연히 매도인은 합산해서 보려 하고 매수인은 분리해서 보려 합니다.
언제까지, 그리고 실제로 받아낼 수 있나요
이 금액과 별도로 기간 제한도 걸립니다. 일반 진술보장에는 존속기간을 둡니다. 실행일부터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로 정하는 사례가 많고, 조세나 환경처럼 문제가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항목은 별도로 길게 잡습니다. 기본적 진술보장은 기간 제한을 두지 않거나 소멸시효까지 남겨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조항을 아무리 잘 써도 매도인에게 자력이 없으면 회수가 안 됩니다. 그래서 실무는 조항과 함께 받아낼 장치를 설계해 둡니다. 세 가지가 자주 쓰입니다.
- 대금 분할 지급: 일부를 일정 기간 후에 지급합니다
- 에스크로: 제3자 계좌에 예치해 두고 조건부로 해제합니다
- 진술보증보험: 위험을 보험으로 넘기고 면책금액을 설정합니다
이 세 장치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아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금 일부를 에스크로에 묶어 두면서 그 기간이 끝난 뒤의 위험은 보험으로 넘기는 식입니다. 다만 에스크로 기간을 존속기간보다 짧게 잡아 두면 기간이 남아 있어도 회수할 재원이 먼저 사라지므로, 두 기간을 같은 표에 놓고 맞춰 보셔야 합니다.
저는 상한과 하한의 숫자보다 이 회수 수단이 실제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한다고 봅니다. 배상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실익이 없으니까요.
앤티 샌드배깅 조항이 없으면 매수인이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문언을 신의칙으로 뒤집는 걸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합니다. 금액 제한을 설계할 때는 초과분 지급인지 전액 지급인지, 개별 청구의 단위가 무엇인지를 명시하셔야 하고, 존속기간과 회수 장치를 함께 정해야 조항이 실효를 갖습니다. 진술보증보험을 활용하면 매도인의 자력 문제는 줄지만 보험이 면책하는 항목이 따로 있으니, 약관의 면책 조항을 계약서의 진술보장 목록과 나란히 놓고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손해배상(기): 진술 및 보장 위반과 매수인의 악의, 신의칙에 의한 계약책임 제한의 한계)
참고 법령
(분석의 성격과 한계) 본 글은 공개된 판례와 법령을 바탕으로 계약 구조를 설명한 것입니다. 작성자의 주관적 판단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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