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간계약에 동반매도요구권을 넣어 두면 회수 경로가 확보됐다고 보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행사했다가 절차가 멈춰 선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까지 갔고, 거기서 나온 판시 두 개가 지금도 계약서 작성 실무를 바꿔 놓았습니다. 사건부터 보겠습니다.
계약서에 권리가 적혀 있다고 그 권리가 실제로 행사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했는데 절차가 멈춘 사건
사건 자체는 단순합니다. 투자자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해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실사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절차가 그대로 중단됐습니다. 투자자는 상대방이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 성취를 방해했으니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이 먼저 인정한 것
협조할 신의칙상 의무 자체는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달랐습니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민법 제150조는 사실관계의 진행이 달라졌더라면 발생하리라고 희망했던 결과를 의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이 판시가 협조 의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위반을 곧장 계약 성립으로 연결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특정이 안 됐다는 점입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매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매매계약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매도인과 매수인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는데 그 요건이 채워지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그 계약은 상대방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준 구조여서, 어느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계약이 성립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권리를 적어 두는 것과, 그 권리가 무엇을 성립시키는지를 적어 두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앞만 적고 뒤를 비워 두면 행사해도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애초에 주주간계약은 회사를 구속하지 못합니다
주주간계약은 주주들 사이의 채권적 약정이지 회사를 구속하는 규범이 아닙니다.
저는 이 한 줄에서 대부분의 한계가 나온다고 봅니다. 사전동의사항을 어기고 이사회가 결의했다고 해서 그 결의가 당연히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회사는 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식양도제한을 어기고 제3자에게 팔았다면, 그 양도의 효력을 부인하려면 상법과 정관의 요건을 따로 갖춰야 합니다.
그럼 방법이 없을까요? 둘 있습니다.
- 정관에 반영: 효력이 강한 대신 공시되고 변경 절차가 무겁습니다
- 금전적 제재를 계약에 명시: 유연하지만 이행 자체를 강제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니까 앞의 사건도 이 성질에서 출발합니다. 계약은 주주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는데, 그 안에서 무엇이 자동으로 성립하는지를 적어 두지 않으면 결국 법원이 채워 주지 않습니다.
같은 판결이 남긴 문장 하나 더
이 판결에는 계약 실무 전반에 쓰이는 판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계약서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는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논리는 명확합니다. 법률상 의무를 지겠다는 의사였다면 그런 문구를 쓸 이유가 없고, 그런데도 넣었다면 그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계약서 전체의 문언과 체결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의무를 부과했을 때의 이행 가능성 등을 종합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가 됩니다. 저는 계약서 검토에서 이 표현부터 찾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이 부담을 덜려고 넣는 완충 문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이렇게 씁니다
반드시 이행받아야 하는 사항이라면 "~하여야 한다"로 확정적으로 적습니다. 동반매도요구권을 실효성 있게 쓰려면 행사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해 둬야 합니다. 매수인 선정 방법, 가격 결정 기준, 상대방의 협조 범위와 기한, 협조하지 않을 때의 효과까지 계약에 담아 두면 판례가 지적한 특정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주주간계약에 흔히 포함되는 조항은 이 정도입니다.
| 조항 | 기능 |
|---|---|
| 기관 구성 | 이사 지명권 배분 |
| 사전동의사항 | 중요 결정에 대한 거부권 |
| 주식양도제한 | 일정 기간 매각 금지 |
| 우선매수권 | 제3자 매각 전 우선 매수 기회 |
| 동반매도요구권 | 다른 주주 지분까지 함께 매각 |
| 동반매도참가권 | 대주주 매각에 참여해 함께 매도 |
| 풋옵션 | 정해진 사유 발생 시 매도 청구 |
동반매도요구권과 동반매도참가권을 함께 넣는 이유는 방향이 반대라서입니다. 앞은 매각을 주도하는 주주가 다른 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하는 권리이고, 뒤는 소수주주가 대주주의 매각에 참여해 함께 매도하는 권리입니다. 재무적 투자자는 회수 경로를 확보하려고 앞을, 대주주와 함께 남을 위험을 피하려고 뒤를 요구합니다. 사전동의사항은 회사에 대한 효력이 필요한 항목만 골라 정관에 올리고 나머지는 위약벌이나 풋옵션 트리거로 연결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정리하면, 주주간계약은 주주 사이의 약정이라 회사나 제3자에게 당연히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위반해도 이미 이뤄진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고,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했더라도 매수인과 가격이 특정되지 않으면 매매계약 성립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는 문구는 원칙적으로 법적 의무로 해석되지 않으니, 이행받아야 할 사항은 확정적 문언으로 적으셔야 합니다. 저는 동반매도요구권 조항을 검토할 때 매수인 선정 방법과 가격 결정 기준이 적혀 있는지부터 봅니다. 이 둘이 비어 있으면 판례가 지적한 특정 부족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매매대금등지급청구의소: 동반매도요구권, 민법 제150조 제1항의 유추적용 한계, 노력·협조 조항의 해석)
참고 법령
(분석의 성격과 한계) 본 글은 공개된 판례와 법령을 바탕으로 계약 구조를 설명한 것입니다. 작성자의 주관적 판단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기업금융·M&A > 주주간계약·투자계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술 및 보장 위반, 앤티 샌드배깅 조항이 없으면 알고도 배상받습니다 (0) | 2026.09.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