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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예고·서면통지·정당한 이유: 세 요건의 효력 차이

All day Biz 2026. 9. 7. 11:14

해고 분쟁은 사업주가 절차를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의외로 적습니다. 오히려 절차를 지켰으니 끝났다고 본 데서 시작되죠. 사실 근로기준법이 해고를 세 조문에 나눠 뒀는데, 이 셋의 위반 효과가 서로 다르거든요. 하나는 빠뜨려도 금전으로 보완할 수 있고, 나머지 둘은 누락되는 순간 해고 자체가 없던 일이 됩니다. 이 구분을 먼저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조문은 셋인데 효력이 같지 않습니다.

조문 무엇을 요구하나 위반 시
제26조 30일 전 예고 또는 30일분 통상임금 벌칙 대상
제27조 사유·시기의 서면통지 해고 자체가 무효
제23조 ① 정당한 이유 해고 자체가 무효

오른쪽 칸을 보면 구분 기준이 바로 드러납니다. 예고를 빠뜨린 건 사후에 금전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서면통지와 정당한 이유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셋을 같은 수준의 요건으로 보고 "절차 다 지켰다"고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정작 효력요건 둘을 놓치죠.

금전으로 보완할 수 있는 요건과 그렇지 않은 요건을 같은 수준으로 보면 안 됩니다.

금전으로 보완할 수 있는 요건은 예고 30일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6조)

조문 자체가 "예고 아니면 예고수당"이라고 대안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서가 예외를 셋 둡니다.

  •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 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그럼 회사에 손해를 끼친 직원은 예고 없이 해고할 수 있을까요? 세 번째 예외를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문이 고의를 요구하고 고용노동부령이 사유까지 한정해 둬서 실제 적용 범위는 상당히 한정적입니다. 근무 태만이나 실수로 손해가 난 사안은 대체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보완할 수 없는 요건 하나, 서면통지.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27조)

물론 제2항이 대놓고 효력요건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구두 해고는 사유가 아무리 타당해도 그 자체로 무효라는 뜻이죠.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통보를 두고 다툼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 있는데, 서면성 요건을 채우는지가 사안마다 갈립니다.

작성해서 건넸다는 사실보다, 사유와 시기가 특정돼 있는지가 실제 쟁점이 됩니다.

"업무 부적응" 정도로만 적으면 근로자는 무엇을 두고 다퉈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통지의 목적 자체를 달성하지 못하는 거죠. 언제, 어떤 행위가, 어느 규정의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적어야 합니다. 참고로 제3항은 제26조의 예고를 사유와 시기를 명시한 서면으로 했다면 제1항의 통지를 한 것으로 보니, 예고서 한 장으로 두 의무를 함께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보완할 수 없는 요건 둘, 정당한 이유.

제23조 제1항은 짧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정작 눈에 띄는 건 이 조문이 해고만이 아니라 징벌 전반을 규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정당성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나 법원의 무효확인 절차에서 판단하지, 사업주가 스스로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부당해고로 판정되면 해고 기간의 임금 상당액을 주고 원직에 복직시켜야 합니다. 근로자가 원하면 복직 대신 금전보상 명령으로 갈음할 수 있고요. 어느 쪽이든 노무를 받지 못한 기간의 인건비는 그대로 발생합니다. 저는 이 구조 때문에 해고를 서두른 판단이 오히려 비싸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당장 한 달 인건비를 아끼려다 복직 시점까지의 몇 달치를 소급해 내는 식이죠.

취업규칙에 적어 뒀어도 정당성은 따로 봅니다. "근무성적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해고 사유로 둔 취업규칙이 많습니다. 그럼 규정에 적혀 있으면 그대로 해고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

당연히 요건이 있습니다. 셋인데, 평가의 공정성·객관성, 부진의 정도와 기간, 그리고 개선 가능성입니다. 여기서 상대평가 하위 등급만으로는 두 번째가 안 채워집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아 뒀거든요. 상대평가는 구조상 항상 하위 등급자를 만들어 내니, 그것만으로 해고가 된다면 제23조 제1항이 무력해집니다.

이 판결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정도인지 볼 때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부진의 정도와 기간, 교육·전환배치 같은 개선 기회를 줬는지, 기회를 준 뒤 개선이 있었는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 여건을 함께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목록에서 회사가 사후에 만들어 낼 수 없는 항목이 개선 기회의 기록 하나뿐이라는 점을 가장 무겁게 봅니다.

5인 미만이면 적용 범위가 달라집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이 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제2항이 4명 이하 사업장에 적용할 일부 규정을 대통령령에 위임합니다. 시행령 별표 1이 그 목록이고요 (2026. 9. 기준 별표입니다).

조문 5인 미만
제26조 해고예고 적용
제23조 제2항 해고 금지 기간 적용
제23조 제1항 정당한 이유 미적용
제27조 서면통지 미적용

별표 1의 근로계약 항목에 제23조는 제2항만 포함돼 있습니다. 제1항이 빠져 있으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구제신청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앞의 구분이 여기서는 달라집니다. 보완할 수 없던 둘이 제외되고 보완할 수 있는 하나만 남습니다. 다만 제23조 제2항의 해고 금지 기간은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업무상 부상·질병으로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산전·산후 휴업 기간과 그 후 30일이 여기 해당합니다.


확인 순서는 거꾸로입니다. 절차보다 효력요건을 먼저 봅니다.

  1. 서면: 해고 사유와 시기가 특정돼 있는가. 구두 통보나 "업무 부적응" 한 줄이면 여기서 끝납니다
  2. 사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가. 상대평가 하위 등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3. 개선 기회: 교육이나 전환배치 같은 기회를 준 기록이 남아 있는가. 사후에 만들 수 없는 항목입니다
  4. 해고 금지 기간: 업무상 재해 휴업 기간과 그 후 30일, 산전·산후 휴업 기간과 그 후 30일에 걸리지 않는가
  5. 예고 30일: 맨 마지막에 봐도 늦지 않습니다. 빠뜨렸더라도 통상임금 30일분으로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항목이니까요

예고부터 확인하고 사유를 나중에 고민하는 순서가 분쟁을 만듭니다.


참고 법령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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