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리한 공개매수 글에서 가격과 구조를 봤는데, 정작 한 가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대상회사 이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 법은 그 답을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둡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를 채우려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오기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메트로경제·베타뉴스 등이 9월 3일 보도했습니다. 공동발의 10인이고,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라면 대상회사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쳐 의견을 의무적으로 표명하도록 하고,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을 "법인의 경영·재산"에서 "법인의 주주·경영·재산"으로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보도에서 확인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어떤 공개매수가 "중대한 영향"인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절차"가 외부평가인지 특별위원회인지는 기사에 없어서 의안 원문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은 법안의 세부보다 무엇이 어디서 바뀌는지에 집중하겠습니다. 저는 이 법안에서 새 제도보다 한 단어를 봅니다.
바뀌는 건 한 단어입니다. "할 수 있다"가 "하여야 한다"로.
보도된 범위에서 표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 구분 | 현행 | 개정안 (2026. 9. 3. 발의) |
|---|---|---|
| 의견표명 | 할 수 있다 (제138조 제1항) |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는 하여야 한다 |
| 절차 | 시행령 제149조: 방법·내용·변경 시 재통지 |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칠 것 |
| 주요사항보고서 | 법인의 경영·재산 | 법인의 주주·경영·재산 |
그럼 지금은 의견을 전혀 낼 수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낼 수는 있습니다.
① 공개매수신고서가 제출된 주식등의 발행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그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② 발행인은 제1항에 따라 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기재한 문서를 지체 없이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제출하여야 한다.
(자본시장법 제138조)
내는 순간 형식도 정해져 있습니다. 시행령 제149조가 이렇게 둡니다.
- 방법: 광고·서신(전자우편 포함), 그 밖의 문서
- 내용: 찬성·반대·중립 중 어느 입장인지, 그리고 그 이유
- 변경: 의견에 중대한 변경이 생기면 지체 없이 같은 방법으로 알릴 것
형식은 다 갖춰져 있는데 의견표명 자체가 "할 수 있다", 즉 임의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내지 않아도 제재가 없죠. 실무에서는 내지 않는 쪽이 부담이 적습니다. 찬성하면 최대주주와의 관계가 부담이 되고, 반대하면 이유를 대야 하니까요. 침묵이 비용이 가장 적은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이 법안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올해 7월 23일 시행된 상법 개정이 앞에 있거든요.
①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②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상법 제382조의3)
종전에는 "회사를 위하여"였는데 "주주"가 들어왔습니다.
그럼 공개매수가 들어왔을 때 이사회가 의견을 내지 않는 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한 건가, 이 질문이 생기죠. 오기형 의원도 발의 취지를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된 만큼 중요한 인수제안에 대해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충실히 검토하고 그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상법이 의무의 방향을 바꿨고, 이 법안은 그 의무가 공개매수 국면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적으려는 겁니다.
당연히 법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준비할 것은 같습니다. 저는 대상회사가 될 수 있는 상장사라면 이 셋을 지금부터 봐 두시라고 말씀드립니다.
- 회사 가치에 대한 이사회 자체 판단 자료: 의견을 내려면 이유를 써야 하고, 이유는 결국 "이 가격이 우리 회사에 맞는가"입니다. 배당 여력, 보유 자산, 사업 계획을 이사회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이해관계 있는 이사를 빼는 절차: 법안이 "독립적"이라고 명시한 이유가 여기 있을 겁니다. 최대주주 측 이사가 표결에 참여하면 의견의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 공시 담당의 준비: 주요사항보고서 범위에 "주주"가 들어오면 지금은 안 올리던 사안이 보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시행령 제149조는 의견을 낸 뒤 바뀌면 다시 알리라고 합니다. 한 번 내고 끝이 아니라 공개매수 기간 내내 관리해야 하는 문서라는 뜻이죠. 의견을 낼지 말지보다, 냈을 때 그걸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가 실무의 질문입니다.
정리하면, 지금은 자본시장법 제138조가 대상회사의 의견표명을 "할 수 있다"로 두고, 형식은 시행령 제149조가 정해 둡니다. 올해 7월 상법 제382조의3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넣었고, 9월 3일 발의된 개정안은 그 의무를 공개매수 국면에서 "하여야 한다"로 적으려 합니다. 그래서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이사회가 자기 회사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참고 기사
- 메트로경제 2026. 9. 3.: 중요 공개매수에 이사회 의견 의무화…주주보호 강화법 발의
- 베타뉴스 2026. 9. 3.: 오기형, 저평가 상장사 M&A 주주보호 강화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 조세금융신문 2026. 9. 3.: 오기형, '한국형 베어 허그' 법제화 추진
참고 법령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38조(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 제161조(주요사항보고서의 제출)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9조(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
-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등)
(분석의 성격과 한계) 본 글은 공개된 보도와 법령을 바탕으로 제도의 구조를 설명한 것입니다. 개정안의 내용은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의안 원문과 다를 수 있으며, 법안은 발의 단계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바뀌거나 폐기될 수 있습니다. 진행 중인 개별 공개매수 사안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인용된 법령은 작성 시점 기준입니다.
(투자 책임 및 이해관계 고지) 본 포스팅은 특정 종목의 매수 및 매도 추천이 아니며, 공개매수 응모 여부에 대한 권유도 아닙니다. 작성 당시 본인은 공개매수가 진행 중인 종목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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