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의 실무노트

연차수당, 퇴직금, 4대보험부터 M&A와 기업금융까지: 판례와 법령 근거로 정리합니다.

기업금융·M&A/인수금융

연대보증과 자금보충약정의 차이: 구조, 손해배상 범위

All day Biz 2026. 9. 7. 11:50

핵심 3줄
① 연대보증은 대주에게 갚고, 자금보충약정은 차주 계좌에 넣습니다. 이행 상대방이 다릅니다.
② 그래서 자금보충 불이행은 보증채무 이행청구가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로 갑니다.
③ 대법원 2015다57904: 담보를 들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변제되기 전에는 손해액이 대출원리금 전액입니다.

계약서에는 둘 다 "신용보강"이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기재됩니다. 분량도 비슷하고요. 그런데 연대보증과 자금보충약정은 작동 방식이 다른 제도입니다. 자금이 가는 방향부터 다르고, 그 차이가 대주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바꿉니다. 나란히 놓고 보겠습니다.


신용보강은 세 종류입니다

먼저 전체 구조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신용보강이라 부르는 것들은 대체로 셋으로 나뉩니다.

  • 거래구조에 내재된 것: 후순위 트랜치, 초과담보, 준비금 계정
  • 금융계약상의 약정: 자금보충약정, 조기상환 트리거, 재무비율 유지
  • 제3자가 제공하는 것: 연대보증, 손해담보계약, 보험, 신용파생상품

셋은 작동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첫째는 구조 자체로 위험을 흡수하고, 둘째는 차주에게 의무를 지우고, 셋째는 외부에서 자원을 조달합니다. 그러니까 계약서를 볼 때 그 조항이 어느 종류인지부터 구분하면 실제로 무엇을 보호하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글이 다루는 건 둘째와 셋째의 경계, 자금보충약정과 연대보증입니다.


모회사는 왜 보증 대신 자금보충을 쓸까요

그런데 모회사가 자회사 채무를 연대보증하면 그 금액이 우발채무가 되어 재무제표 주석에 공시됩니다. 신용평가에도 반영되고, 상장회사라면 이해관계자 거래 규제까지 얽히죠. 그럼 보증을 피하면서 대주를 안심시킬 방법이 없을까요. 그 자리를 채운 게 자금보충약정입니다.

차주에게 자금이 부족한 경우, 그 부족액을 자금보충자가 차주에게 제공하기로 하는 약정

한 줄이지만 여기 다 들어 있습니다. 대주에게 갚아 주는 게 아니라 차주 계좌에 넣어 주는 구조거든요. 대주는 그 자금으로 차주가 상환하기를 기대할 뿐, 자금보충자에게 직접 청구할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자금이 가는 방향이 다르면 나머지가 다 달라집니다

항목 연대보증 자금보충약정
이행 상대방 대주 차주
법적 성질 보증채무 금전소비대차에 가까움
부종성 있음 없음
보증인 보호 규정 적용 원칙적 미적용
불이행 시 보증채무 이행청구 손해배상 청구

저는 이 표에서 부종성 줄을 가장 눈여겨봅니다. 부종성이 없다는 게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주채무가 무효가 되어도 의무가 남는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보증인 보호 규정도 안 받습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상의 서면 요건이나 통지 의무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니, 자금보충자 입장에서는 방어 수단이 하나 줄어듭니다.

같은 신용보강이라도 이행 상대방이 다르면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불이행

정작 실무의 핵심은 표의 마지막 줄입니다. 보증이면 "대출금을 갚아라"로 끝나지만, 자금보충 불이행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넘어가거든요. 그럼 손해는 얼마로 잡을까요?

여기서 오래 다툼이 있었습니다. 대주는 회수하지 못한 대출원리금 전액이 손해라고 보고, 자금보충자는 대주가 들고 있는 담보의 가치만큼은 빼야 한다고 봤죠. 담보가 남아 있는데 전액을 손해로 계산하면 이중으로 받아 가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2019년, 대법원이 손해액을 정리했습니다

한 PF 사업에서 자금보충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대주는 대출원리금 전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담보의 실제 담보가치를 공제한 금액이 손해라고 봤는데, 대법원이 이를 파기했고요.

대주가 대출원리금 채권에 관하여 인적·물적 담보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담보가 실행되어 변제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이상 대주의 손해액은 '대출원리금 전액'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자금보충자의 회생절차 개시 후에 대출원리금 채권 전액이 소멸한 경우가 아닌 이상 회생채권인 손해배상채권액의 확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5다57904 판결)

논리는 현존액주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담보를 들고 있는 상태는 회수 가능성일 뿐이고, 실제로 변제가 이뤄져야 그때 채권액이 줄어든다는 거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이미 받은 것으로 계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판시로 자금보충약정의 실효성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다만 보증과 같아진 건 아닙니다. 손해배상 청구는 채무불이행 사실과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라, 청구하면 바로 이행을 구할 수 있는 보증채무보다 회수까지 시간이 더 걸립니다. 저는 이 차이 때문에 계약서에서 명칭보다 이행 구조를 먼저 확인합니다.


계약서에서 볼 네 가지

정리하면 확인할 건 넷입니다.

  1. 자금 제공 요청의 사유와 시점: 언제 청구할 수 있는지가 흐리면 불이행 시점도 특정이 안 됩니다
  2. 제공 한도: 상한이 정해져 있으면 그 이상은 보호되지 않습니다
  3. 불이행 시 배상 범위: 판례가 정리했더라도 명시해 두면 다툼이 줄어듭니다
  4. 부종성 배제 여부: 손해담보계약 성격을 원한다면 적어 둬야 합니다

물론 조항을 아무리 잘 써도 자금보충자의 신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사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은 대부분 자금보충자 자신이 어려워진 경우거든요.


자금보충약정은 대주가 아니라 차주에게 자금을 넣는 구조라 보증채무가 아닙니다.

불이행은 손해배상 문제로 넘어가고, 대법원은 담보를 들고 있어도 현실적 변제가 없었다면 손해액이 대출원리금 전액이라고 봤고요. 계약서에서는 요청 사유와 시점, 한도, 배상 범위 이 셋만 먼저 확인하셔도 성격이 잡힙니다.


참고 판례

참고 법령

(분석의 성격과 한계) 본 글은 공개된 판례와 법령을 바탕으로 거래 구조를 설명한 것입니다. 작성자의 주관적 판단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